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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 쎄단과 연애/결혼하기 (5) - 똥차 2호-2

전공 수업의 과제를 해야 하는데 노트북이 먹통이었다. 나는 2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자취방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해도 되는지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고 바탕화면의 여러 아이콘 중에 이상한 폴더를 하나 발견했다. 'secret'이라는 이름의 폴더였다. 누가봐도 수상한 이름의 폴더를 열었더니 또다시 폴더가 여러 개 나왔다. '첫번째','두번째','세번째','네번째' 등의 이름이었다. 그 폴더를 열어본 나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폴더들은 전 여자친구와의 사진을 모아놓은 폴더였다. '첫번째' 폴더는 첫번째 여자친구의 사진, '네번째' 폴더는 직전 여자친구의 사진이 모아져 있었다. 심지어 '네번째' 전여친은 나와 연애하던 와중에도 연락이 왔던 전적이 있었다...

취미부자 맹뚜라미 - 강화도 무계획 캠핑일기

12월 1일자로 백수가 되었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민뚜는 마침 일정이 붕 떠서 집에서 쉬는 중이었다. 백수가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민뚜와 나는 마냥 뒹굴거렸다. 민뚜는 패드를 잡은 순간만큼은 플스 게이머였고 나는 뒹굴거리며 유튜브나 보는 전형적인 백수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동안 보지 않았던 캠핑 영상들을 띄워주었고 우리는 코로나 창궐 이후 캠핑을 가지 않은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캠핑가고 싶다"는 민뚜는 역시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부시대가 배경인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니 캠핑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갈래? 가자.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 우리는 갑자기 노숙준비를 시작했다. 점심은 간단하..

고오급 쎄단과 연애/결혼하기 (4) - 똥차 2호-1

자취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참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니 학생회 선거기간, 후보 측에서 합류할 의향이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합류하겠다고 답변했고 그 때부터 선거 준비를 같이 돕게 되었다. 내 기억 안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충만한 소속감을 느꼈던 때였다. 늦은 시간까지 선거를 준비하고 수업은 종종 빼먹는 불량한 학생이 되었다. 다행히 학과 교수님들이 이러한 공부 외의 다양한 활동들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었기에 활동들로 인한 결석을 어느정도 눈감아 주신 면도 있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곧바로 우리는 선거 당시 공약했던 부분들과 학교 내의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입학 예정인 신입생들을 위한 새내기배움터와 개강 이후의..

라이더 입문 이야기 (3) - 싸나이라면 2종소형

2종소형에 대한 욕심이 생긴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민뚜의 기변이었다. 어느 날 다니던 센터에 15년된 스즈키 R600 매물이 저렴하게 나왔다. 4기통을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민뚜는 4기통 R차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고 마침 휘청이던 가계재정이 다시 자리를 잡아가던 와중이었다. 직접적으로 사고싶단 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나는 민뚜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R600은 전자장비라고는 그 흔한 abs 조차도 들어있지 않은 '날것'이었다. 하지만 전자장비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민뚜가 위험하게 타거나 실력이 없지 않음을 알았다. 오히려 이것저것 뜯고 고치는 일명 호작질을 좋아하는 민뚜에게 전자장비가 없다는 뜻은 만지기 좋은 기계를 의미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화석 R600을 들였다. 오래되어..

라이더 이야기 2021.11.26

고오급 쎄단과 연애/결혼하기 (3) - 똥차 1호

1호는 180이 넘는 키와 두꺼운 골격을 가지고 있었다. 덩치에 맞지 않게 신중하고 소심했던 그는 학과행사와 회의에도 참여하는 동시에 동아리 행사,회의,대외활동 뿐만이 아니라 친목을 위한 술자리까지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다 참여하고 다니는 신입생인 나를 귀여워했던 것 같다. 여느 날과 같이 동아리방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진탕 퍼마신 후 다같이 그대로 뻗어버린 다음날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제대로 자러 간다며 자취방으로,집으로 돌아갔고 몇몇 사람들은 숙취에 집어삼켜진 채로 수업을 들으러 갔으며 몇몇 사람들은 저녁까지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배가 고픈 몇몇 사람들에 해당하는 1호와 나는 교문 앞에 있는 해장국 가게로 갔다. 잡다한 수다를 떨며 주문한 순댓국은 내 얼굴과 몸뚱이를 찌그러트릴 정도로..

고오급 쎄단과 연애/결혼하기 (2) - 적극적인 아등바등

어렸을 때의 외로웠던 기억 탓인지 소속될 수 있는 모든 곳에 소속되고 싶었기에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과학생회와 동아리에 가입했다. - 신입생 시절, 과학생회, 즉 집행부의 부원으로서 학과와 학부의 행사에 낯을 가리지 않(는 척 하)고 모두 참여했다. 학생회장과 집행부의 여러 선배들은 참여율이 좋은 나를 좋아해주었지만 나는 학년이 오르고 집행부 탈퇴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유는 여럿이엇다. 여자동기들의 여우짓이 그 첫번째 이유이자 제일 큰 이유였다. 학과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남자 동기 및 선배들이 앞뒤로 가방을 두세개씩 메며 짐 상자를 나르고 있을 때 본인들이 지원해서 가입한 집행부의 일원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동기들은 가벼운 짐과 가방조차 들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있었다. 꼴뵈기 싫은 마음에..

라이더 입문 이야기 (2) - 사람은 적응의 동물

한편 내가 원동기를 준비할 때 즈음 민뚜는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드림카였던 할리데이비슨 883. 이 중 883 슈퍼로우 기종이 적당한 금액대에 중고매물로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f800gt를 처분하고 883 슈퍼로우를 가져온 민뚜와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고 pcx를 직접 운전하게 된 나는 한창 모토캠핑에 재미를 느끼며 역마살이 낀 것마냥 돌아다녔다. 그렇게 14,000km 내외 정도를 타고 나니 강원도의 산길도 많이 다니는 우리는 각자 바이크의 단점들을 아쉬워하기 시작했다. pcx의 경우 언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면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스쿠터의 한계. 883 슈퍼로우의 경우 이름에 걸맞게 머플러가 굉장히 낮아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바이크를 기울이면 머플러 고정볼트가 바닥에 긁..

라이더 이야기 2021.11.17

라이더 입문 이야기 (1) - 오토바이를 타면 다 죽는 줄 알았다

친척 중에 오토바이 센터를 운영하셨던 분이 있다. 이 분에게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이 종종 하시던 말씀이 그분은 누군가 오토바이를 사 가면 미리 조의를 표하신다고 했다. 저 사람도 큰 사고에 휘말려 죽음이 가까워질 수 있겠구나, 하고. 이 분의 영향 때문인지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만 들어오며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하교를 하려는데 여자친구를 데리러 온 일진 양아치들이 오토바이를 요란하게 몰고 왔다. '아, 역시 오토바이는 양아치가 타고 다니는 거구나' 대학생 시절 학생회 워크샵이 있었다. 알바가 끝난 후에 후발주자로 가야 했던 나는 콜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했는데 후발주자로 가는 다른 선배가 태워주겠다고 했다. 오토바이에. 그렇게 맞이한 오토바이 첫 경..

라이더 이야기 2021.11.12

고오급 쎄단과 연애/결혼하기 (1) - 나도 똥차였다

나는 고오급 쎄단과 결혼했다. 2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흔히 똥차 가면 벤츠 온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똥차는 내 곁을 쉬이 떠나가지 않고 벤츠는 다른 사람들의 손에만 들어가지 않는가. 똥차조차도 타지 못하고 홀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더 많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고오급 쎄단과 결혼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결혼 전에 총 5명과의 연애경험이 있었다. 5명 다 다른 종류의 똥차였지만 지금 생각해본다면 그때는 나도 똥차였다. 우울증이 있어 남자친구에게 의존하고, 술 좋아하고, 공부나 일에는 소홀하고 무기력했다. 이런 나를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고오급은 아니지만 멀쩡히 작동하는 '세단'정도로 만들어준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 초등학생 시절 왕따를 당했다. 6학년 때 전학을 ..